‘괜찮다’ 대신 진짜 대답이 돌아오는 안부 전화 질문
요약 “잘 지내세요?” 대신 최근에 있었던 일이나 곧 있을 일을 구체적으로 물어보세요. 점심은 뭘 드셨는지, 누구를 만나셨는지, 무엇을 기다리고 계신지 같은 것들입니다. 진짜 대답이 쉽게 나오도록 묻고(‘뭐 없으세요?’보다 ‘무엇’을 묻는 질문으로), 한 번에 하나씩 물으며, 그분이 꺼내는 이야기를 따라가세요.
“잘 지내세요?”는 질문이라기보다 인사이고, ‘괜찮다’는 그 인사에 예의상 돌아오는 대답입니다. 진짜 대답을 들으려면 상대의 삶에서 방금 있었던 일이나 곧 있을 일을 구체적으로 묻되, 진짜 대답이 쉽게 나오도록 물어보세요. 점심은 뭘 드셨는지, 이번 주에 누구를 만나셨는지, 무엇을 기다리고 계신지 같은 것들입니다. 그런 다음 그분이 꺼내는 이야기를 따라가세요.
아래에 평소 통화에서 쓸 수 있는 질문 17가지를 어떤 이야기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묶고, 각 질문이 “잘 지내세요?”보다 나은 이유를 함께 적었습니다. 멀리서 소중한 사람에게 전화를 거는 분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손주, 조카, 오랜 친구, 다른 곳으로 이사 간 이웃까지요.
“잘 지내세요?”에 ‘괜찮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이유
이 질문이 잘 통하지 않는 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잘 지내세요?”는 대개 소식을 묻는 말이 아니라 통화를 시작하는 말이고,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는 양쪽 다 압니다.
- 너무 큰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건강, 기분, 돈, 집안일, 지난 보름 동안의 일이 다 들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그 자리에서 한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고, 가장 쉬운 한마디가 ‘괜찮다’입니다.
- 기대하는 대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상대는 내가 어떤 대답을 바라는지 알아챕니다.
마지막 이유는 실제로 측정된 적이 있습니다. 2007년 미국에서 가정의학과 의사 20명과 이들의 환자 22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의사들은 환자가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고 나면 두 질문 가운데 하나를 했습니다. “Is there anything else you want to address in the visit today?”와 “Is there something else you want to address in the visit today?”입니다. 둘 다 ‘오늘 진료에서 그 밖에 다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라는 뜻이고, 다른 것은 anything과 something뿐입니다. 어느 질문도 하지 않은 진료와 비교했을 때, something으로 물은 경우에는 환자의 해결되지 않은 걱정 가운데 78%가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해결되지 않은 걱정이란 환자가 진료 전에 설문지에 적었지만 진료에서 다뤄지지 않은 것을 말합니다. anything으로 물은 경우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예’나 ‘아니요’로 답하는 질문은 어떤 대답을 기대하는지 드러낼 때가 많고, ‘I haven't got any’(하나도 없어요) 같은 문장에 흔히 쓰이는 any는 ‘아니요’ 쪽으로 기운다고 설명합니다.
병원 진료실과 가족끼리 나누는 통화는 다르지만, 교훈은 그대로 통합니다. 진짜 대답이 쉽게 나오도록 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하는 질문 중에도 이렇게 한쪽으로 기운 질문이 많습니다.
- “별일 없으시죠?”나 “식사는 잘 챙겨 드시죠?”라고 물으면 예의상 ‘응’이라고 답하게 됩니다.
-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라고 물으면 “없어, 괜찮아”라는 대답이 나오기 쉽습니다.
- “외로우세요?”라는 질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말을 하라고 요구하는 셈입니다.
잘 통하는 질문은 구체적이고, 최근에 있었던 일이나 곧 있을 일을 다루며, 틀린 답이 없습니다. 대부분 ‘무엇’, ‘누구’, ‘어디’를 묻고, 나머지는 어느 쪽이든 쉽게 답할 수 있는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고르게 합니다.
어떤 이야기로 이어지는지에 따라 묶은 질문
한 번 통화할 때 전부 묻지 말고 두세 개만 고르세요. 내 소식과 섞어 가며 묻고, 어떤 통화에서는 그저 말벗이 되어 드리세요. 여러 사람이 전화를 드린다면 목록을 함께 나눠서, 그분이 일주일에 다섯 번씩 점심 질문을 받는 일이 없게 하세요.
전화기 옆에 두고 볼 질문 열 가지
- 이번 주에 제일 좋으셨던 일은 뭐예요?
- 이번 주는 밖에 자주 나가셨어요, 아니면 주로 집에 계셨어요?
- 점심은 뭐 드셨어요?
- 오늘 일찍 일어나셨어요, 아니면 늦게까지 주무셨어요?
- 지난번 통화하고 나서 누구 만나셨어요?
- (친구나 이웃 이름) 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신대요?
- 요즘 기다려지는 일이 뭐예요?
- 제가 여기서 대신 처리해 드릴 일이 있을까요?
- 이번 주는 좋으셨어요, 아니면 좀 길게 느껴지셨어요?
- 요즘 무슨 생각 많이 하세요?
이번 주 이야기
- “이번 주에 제일 좋으셨던 일은 뭐예요?” 요약이 아니라 한 가지만 묻고, 좋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하나를 떠올리기가 더 쉽습니다. 몇 주째 ‘별거 없었어’라는 대답이 이어진다면 눈여겨볼 만합니다.
- “화요일에는 뭐 하셨어요?” 요일을 콕 집어 물으면 ‘이번 주’를 묻는 것보다 대답하기 쉽고, 대답 속에 어디에 가셨는지, 누구를 만나셨는지가 함께 나올 때가 많습니다.
- “이번 주는 밖에 자주 나가셨어요, 아니면 주로 집에 계셨어요?” 둘 다 평범한 대답이라 어느 쪽도 고백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든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어디에 다녀오셨는지, 아니면 무엇 때문에 집에 계셨는지로요.
식사와 잠
- “점심은 뭐 드셨어요?” 구체적이고, 최근 일이고, 평가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제대로 차린 한 끼, ‘또 라면’, ‘입맛이 없었어’ 같은 대답은 하나하나가 ‘밥은 잘 먹고 있어’보다 많은 것을 알려 줍니다.
- “이번 주엔 뭐 해 드실 거예요?” 음식뿐 아니라 계획과 장보기까지 아우르고, 요리법이나 아이디어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점검이 아니라 대화가 됩니다.
- “오늘 일찍 일어나셨어요, 아니면 늦게까지 주무셨어요?” 잠 이야기는 대놓고 묻기보다 아침 이야기를 통해 꺼내는 편이 쉽습니다. “밤에 잠을 별로 못 잤어”라는 대답이 나오면 부드럽게 이어 물을 수 있습니다. “뭐 때문에 잠을 설치셨어요?”
사람
- “지난번 통화하고 나서 누구 만나셨어요?” ‘누구’를 물으면 이름이 나오고, 이름은 통화에서 듣게 되는 가장 쓸모 있는 정보 가운데 하나입니다. 몇 번 통화하다 보면 누구 이야기가 나오는지, 그리고 누구 이야기가 슬그머니 사라졌는지 알아차리게 됩니다.
- “(친구나 이웃 이름) 님은 요즘 어떻게 지내신대요?” 그분 주변 사람의 안부를 이름까지 넣어 물으면 지난번 이야기를 귀담아들었다는 것이 전해지고, 소식을 들려주는 사람이 그분이 됩니다.
- “요즘 모임은 어떻게 돌아가요?” 합창단이든 텃밭이든 종교 모임이든, 그분이 다니시는 곳이면 어디든 좋습니다. 더 넓은 인간관계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대개 그분이 실제로 다녀오셨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계획
- “요즘 기다려지는 일이 뭐예요?” “뭐 기다려지는 일 있으세요?”보다 낫습니다. 그렇게 물으면 “딱히 없어”라는 대답이 나오기 쉬우니까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외로움을 느끼는 노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로 기다려지는 일정을 달력에 적어 두는 것을 꼽습니다. 그러니 딱히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함께 무언가를 계획해 볼 좋은 기회입니다.
- “이번 주 일정은 어떻게 되세요?” 쓰레기 내놓는 날, 미용실 예약, 모임, 누군가의 방문. 일정을 보면 그분의 한 주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입니다. 달력이 비어 가는 것이 왜 조심스럽게 여쭤볼 만한 일인지는 ‘괜찮다’는 말이 대개 무엇을 뜻하는지 다룬 글에서 설명합니다.
- “다음에 제가 가면 뭐 하고 싶으세요?” 그분께 계획할 거리가 생깁니다. 방문하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미리 여쭤보는 것은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가 권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 “제가 여기서 대신 처리해 드릴 일이 있을까요?”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라고 묻지 않는 것도 앞에서 말한 이유 때문입니다. 멀리서 돕는 것도 진짜 도움입니다. NIA가 드는 예로는 약과 필요한 물품 주문하기, 각종 고지서 처리 돕기가 있습니다.
기분과 마음
제대로 묻기가 가장 어려운 질문들입니다. 가벼운 이야기로 분위기가 풀린 뒤, 통화 후반에 물을 때 대개 더 잘 통합니다.
- “이번 주는 좋으셨어요, 아니면 좀 길게 느껴지셨어요?” 어느 쪽이든 떳떳한 대답입니다. ‘길었다’고 답하면 힘들었다는 말을 굳이 입에 올리지 않고도 힘든 한 주였다는 것을 전할 수 있습니다.
- “요즘 무슨 생각 많이 하세요?” 걱정이나 생각을 문제 삼지 않으면서 꺼내게 하고, 얼마나 이야기할지는 그분이 정하시게 둡니다.
- “사소한 거라도 마음 쓰이는 일 있으세요?” 여기서도 ‘없으세요?’가 아니라 ‘있으세요?’로 묻고, ‘사소한 거라도’라는 말이 문턱을 낮춰 줍니다. 더 큰 이야기는 때가 되면 따라 나올 수 있습니다.
- “다음 주를 조금 더 좋게 보내시려면 뭐가 있으면 좋을까요?” 앞을 내다보는 질문이고, 막연히 가라앉은 기분을 여러분이 도울 수 있는 구체적인 일로 바꿔 줄 수 있습니다.
그분이 잘 아시는 것(요리법, 예전에는 어떤 일을 어떻게 했는지)을 묻는 질문도 잘 통합니다. 사람은 전문가 대접을 받을 때 더 편하게 이야기하니까요. 살아오신 이야기를 여쭙는 질문 60가지는 조부모님뿐 아니라 나이 드신 친척이나 친구 누구에게나 잘 맞습니다.
대화가 이어지게 묻는 법
그분이 꺼내는 이야기를 따라가세요. 2020년 텍사스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17세에서 23세 사이의 청년들이 도시락 배달 서비스를 받는 성인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은 대부분 65세 이상이었습니다. 통화의 중심은 듣기였습니다. 전화를 건 사람들은 상대가 꺼낸 이야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질문하면서 상대에게서 배우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통화는 10분을 넘지 않도록 했습니다. JAMA Psychiatry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4주 뒤 전화를 받은 사람들은 받지 않은 사람들보다 외로움, 우울, 불안을 덜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한 지역에서 4주 동안만 진행된 연구이지만, 방법은 따라 하기 쉽습니다.
하나 묻고, 기다리세요. NHS가 어르신과 대화하는 법으로 권하는 것은 이렇습니다. 잘 안 들리실 수 있다면 (소리치지 말고) 또박또박 말하고, 문장과 질문 사이에 잠시 쉬고, 대답하실 시간을 조금 더 드리라는 것입니다. 말이 없으시다면 대개 생각하고 계신 것이지, 질문이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지난주 이야기를 이어 가세요. “치과는 잘 다녀오셨어요?” 같은 질문은 귀담아들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새로운 질문보다 대답하기도 쉽습니다. 텍사스 임상시험에서 전화를 건 사람들은 다음에 이어 물을 거리를 기록해 두었습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한 줄 적어 두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되도록 문자보다 전화를 하세요. 2021년에 발표된 실험들에서는 목소리가 오가는 대화(전화, 영상 통화, 음성 채팅)가 문자나 이메일보다 더 강한 유대감을 형성했고, 그렇다고 더 어색해지지도 않았습니다. 참가자들은 통화가 실제보다 더 어색할 거라고 예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짧은 연락도 의미가 있습니다. 2023년에 발표된 일련의 실험에서 사람들은 안부를 묻는 짧은 메시지를 포함해, 연락을 받은 상대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일관되게 과소평가했습니다. 생각이 나서 잠깐 건네는 몇 분의 연락도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청력 문제가 있는지도 살펴보세요. 통화가 짧고 밋밋해졌다면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NIA는 전화로 상대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운 것을, 의사의 진료를 받아 볼 만한 난청의 신호 가운데 하나로 꼽습니다. 난청이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요령으로는 소리치지 말고 평소보다 조금 크게 말하기, 필요하면 다른 말로 바꿔 다시 말하기 등을 제시합니다.
대답이 계속 같은 쪽을 가리킬 때
이 질문들은 평가가 아니라 대화를 위한 것입니다. 통화 한 번이 밋밋했다고 해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잠을 설친 밤이나 조용한 한 주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식사나 잠, 사람, 기분에 관한 대답이 몇 주에 걸쳐 계속 같은 쪽을 가리킨다면, 먼저 그분께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볼 만합니다. ‘괜찮다’는 말을 다룬 글에서 보여 드렸듯이, 통화를 마칠 때마다 몇 줄씩 적어 두면 반복되는 흐름이 더 잘 보입니다.
변화는 진단이 아니라 신호입니다. 이야기를 나눠 볼 만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려 줄 뿐, 그 원인이 무엇인지까지 알려 주지는 않습니다.
주치의에게 알릴 만한 변화도 있습니다. NHS는 우울한 기분이 2주 넘게 이어지면 주치의를 찾아가 보라고 권합니다. 진료 예약을 돕겠다고, 또는 원하시면 전화로 함께하겠다고 말씀드려 보세요. 누군가 당장 위험하다고 생각되면 지역 응급 번호로 전화하세요.
Vee의 역할
Vee는 Virtubond의 핵심인 AI 말동무입니다. 소중한 분은 말만 하시면 매일 Vee와 그날 하루, 추억,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습니다. Vee는 지난 대화를 기억해서, 이야기가 늘 지난번에 멈춘 곳에서 이어집니다. 여러분은 그분이 어떻게 지내시는지 짧은 메모(어떻게 보이셨는지, 잠은 어떠셨는지, 무엇에 웃으셨는지)를 받으실 뿐, 대화 내용은 받지 않습니다. 그분은 언제든 Vee에게 공유를 멈추라고 하실 수 있습니다.
이 메모는 다음 통화를 시작할 실마리가 되어 줄 수 있습니다. 그분이 들떠 계셨던 방문 이야기, 또는 며칠째 잠을 설치셨다는 소식 같은 것들요. 그럴 때는 “요즘 잠은 잘 주무세요?” 하고 조심스럽게 여쭤볼 수 있습니다. Vee는 여러분의 전화 사이를 채우는 말벗일 뿐, 전화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변화는 알아차리지만 진단은 하지 않으며, 파일럿 기간에는 가족에게 무료입니다.
출처
- Heritage J, Robinson JD, Elliott MN, Beckett M, Wilkes M. Reducing patients' unmet concerns in primary care: the difference one word can make. Journal of General Internal Medicine, 2007.
- Kahlon MK, Aksan N, Aubrey R, et al. Effect of layperson-delivered, empathy-focused program of telephone calls on loneliness, depression, and anxiety among adults during the COVID-19 pandemic. JAMA Psychiatry, 2021.
- Kumar A, Epley N. It's surprisingly nice to hear you: misunderstanding the impact of communication media can lead to suboptimal choices of how to connect with others. 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 2021.
- Liu PJ, Rim S, Min L, Min KE. The surprise of reaching out: appreciated more than we think.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23.
- NHS, Feeling lonely.
- NHS, Loneliness in older people: how to help.
- NHS, Low mood, sadness and depression.
- National Institute on Aging, What is long-distance caregiving?
- National Institute on Aging, Hearing loss: a common problem for older adults.
2026년 11월 2일에 출처를 확인했습니다.